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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레딕] 레전드 이야기 - 꿈중독 4

 

스레딕 레전드 썰 꿈중독 4

현실에서 나는 감정을 추스르며 최대한 냉정하게 사태를 파악하려고 애썼다.
그 때의 꿈 속 상황은 정말 꼬일 대로 꼬여 있었고
내 두뇌는 허약해져서 제대로 굴러가지도 않아 정말 힘들었다.

돌아가면 영구 추방령이 내릴까봐 두려웠고
내가 돌아갔을 때 정호연이 추방을 당한 뒤였을까봐 무서웠다.
일주일 동안 나는 레이에게 할 온갖 변명을 생각해내느라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다.

이런저런 거짓말도 생각해 봤지만 결국 최선으로 떠오른 것은

차라리 나와 정호연만 따로 살 수 있는 섬을 마련해 달라는 부탁이었다.
하루하루가 지나가면서 양분된 감정이 더욱 격해졌다.

공포스러운 상황을 대면하기 싫어서 시간이 지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과
나를 그리워하며 홀로 레이의 심문을 받아내고 있을 정호연을 보고 싶어
어서 날이 지났으면 하는 마음이 충돌하고 있었다.

그렇게 혼란스러워 하는 사이 일주일이 지났고 나는 다시 꿈으로 진입했다.
아니, 그 때에는 진입했다기보다는 소환당한 것 같았다.
평소에는 섬에 진입하면 전날 깼던 자리였지만 그 날은 이상하게도 세이의 집이였다.
정호연도 옆에 있었고 문은 굳게 잠가져 있었다.

어리둥절해하고 있으려니 진, 레이, 세이 세 사람이 모두 들어왔다.
진은 더 이상 호통을 치지 않았다.

대신 한숨을 깊이 내쉬며 나에게 기나긴 설명을 했다.
갇힌 자와 정이 든 사람은, 그 정 때문에 중독자를 벗어날 수 없기에
일부러 분리를 한 것이라고. 대충 그런 설명인 것 같았다.

나는 진한테 내가 생각했던 것을 빌다시피 말했어
염치없는 줄 알지만 한 번만 부탁을 들어주면 안 되겠냐고

정호연과 내가 살 만한 아주 작은 섬을,
다른 곳과 교류하지 못하게 멀리 만들어 주면 안 되겠느냐고 빌었다.
다시는 그곳에서 나오지 않겠다고 빌었다.

하지만 돌아온 반응은 차갑기 그지없었다.
진은 나보고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느냐고 심하게 화를 냈어.
그러면서 생각이 짧다는 말도 했던 것 같다.

정말 만들어 주면 그 안에서 행복할 수 있을 거 같냐면서.
진짜 몸이 남아 있는 사람과 갇힌 자라는 구성으로는 절대 안 된다고.

그 말을 듣고 생각했던건..
정말 순간이지만 나도 정호연처럼 갇힌 자가 되기 위한 시도를 해버릴까. 였다.
정신이 거의 뭐, 나갔다고 봐도 무방한 거지. 하지만 난 그 정도로 그가 좋았었어.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탓하지 않고, 내가 다 책임질 테니까 섬을 따로 만들어 달라고 했어.

내가 하도 간절하게 부탁해서였는지 세 사람은 결국 내 부탁을 들어주기로 결정했다. 
정말 기뻤지만, 동시에 안심이 되면서 세사람에게 미안해졌지.

아주 먼 곳에서 솟아오르는 아담한 섬을 보면서

이번에는 어떻게든 잘 되지 않을까 하고 낙관적으로 생각했어.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바보같을 정도로 단순한 생각이었지.

다른 사람들이 위치를 보면 안 되었기에, 섬 주변을 안개로 뒤덮고 나서야 작업이 시작됐었어.
위치는 스카이블루 뒤쪽이었어, 스카이블루 주변의 회오리 때문에
미스틱이나 스카이그린에서는 볼 수 없는 위치에 생성되었지.

내가 본 것중에 가장 작은 섬이었어. 스카이블루의 1/5도 되지 않는.
섬 주변에는 짙은 안개가 항상 끼어 있게 되었다.

그래서 섬 이름은 안개꽃섬이 되었어. 레이가 섬이 너무 심심하다며
안개꽃 나무를 중앙에 하나 만들어 놓고 가기도 했으니 적당한 이름이었지.

현실의 안개꽃은 나무라기보다는 덤불 같은 느낌이지만
이건 벚꽃나무처럼 거대한 나무에 안개꽃이 항상 만개해 있었어.
아주 예뻤지.진과 레이, 세이는 자신들도 웬만해서는 이곳에 잘 오지 않을거라고
못을 박아 놓고, 최종적으로 경고했어.
만약 여기서도 이탈 시도를 한다면 그 때는 정말 영구히 추방을 할 거라고.
난 마냥 좋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이탈할 마음따위는 없었으니까.그렇게 안개꽃섬에 나와 정호연, 둘이 남았어.

나는 이번에야말로 옛날처럼 낙원을 즐기며 살겠노라고 정호연과 맹세했고, 섬을 꾸미기 시작했어.
둘뿐이었지만 스카이블루를 한참 꾸밀 때 생각이 나서 많이 즐거웠지.
여름 방학을 그걸로 날려버렸던 거 같아.

2학기가 시작될 쯤엔 섬 보수가 완전히 끝나서 나와 그는 꽤 그럴싸한 오두막집을 짓고 잘 살고 있었어.
진, 레이, 세이는 약속했던 대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다른 섬의 소식도 들을 수 없었지.
궁금하긴 했지만 별로 알고 싶은 마음은 없었어.

정호연은 다시 한가롭게 새와 노는 취미를 들였어 난 그가 옛날로 돌아온 것 같아 정말 기뻤지.

섬 주변에 안개가 짙게 껴있긴 했지만, 섬 전체로 퍼진 게 아니라
회오리처럼 안개의 원형 벽이 섬 주변을 감싼 형태라 섬의 날씨 자체는 매우 맑았었어.

우린 우유나 차를 마시고,
서로 새로운 요리를 연구하기도 하고 옷을 만들어 보기도 하고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냈었지.

그러던 중에, 내가 감기에 걸려서 이틀 정도 꿈을 꾸지 못했어.
흔한 환절기 감기였어. 그런데 내가 평소에 건강이 약해서 좀 심하게 앓았었어.
가족들 말로는 내가 잠꼬대로 정호연이라는 이름을 엄청 크게 외친 적도
있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정호연이 누구냐는 질문 공세도 받았지.
뭐 드라마에 나오는 인물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렸었지만.
감기가 다 낫고 나서 다시 섬에 들어갔는데, 집에 들어간 내가 본 건 울고 있는 정호연이었어.
정말 놀랐지. 어디 다치거나 아픈 게 아닐까 했지만 그건 아니었어.
그는 나를 꼭 끌어안으면서 정말 보고 싶었다고 했어.

나에게는 2~3일이었지만, 그에게는 일주일이 넘는 시간이었던 거야.
갑자기 일주일이 넘도록 내가 안 보였으니 얼마나 초조했을까 싶었어.

난 그를 끌어안고 감기에 걸려서 못 왔었다고 설명했어.
그는 앞으로 못 올 거 같으면 되도록 말이라도 해주라고 했지만...

솔직히 그럴 수 있는 상황은 거의 없었어.
왜냐면 나는 그때도, 지금까지도 그 꿈에 들어가는 방법은 모르니까.

그냥 잠을 자면 그 꿈을 꾸었을 뿐이었으니까.물론 난 그것까지 솔직하게 말해줬어.
꿈에 들어올 지 아닐지 내 스스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 말해주기 힘들다고.

하지만 인위적으로 밤을 새거나 할 땐 꼭 말해주겠다고.
불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던 모습이 아직도 선해.

그는 그 이후로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
내가 조금만 옆에 없어도 허둥지둥하며 눈에 띄게 평정심을 잃고 날 찾아다니기 시작했어.
그리고 날 찾으면 꽉 끌어안으면서, 언제라도 소리없이 사라져 버릴 거
같다고 끊임없이 말했지. 그런 그를 나는 위로했고.

나는 그게 일시적인 후유증일 거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괜찮아질 거라고 가볍게 생각했었는데, 그렇지 않았어.

그는 점점 더 불안 증세가 심해졌어.
내가 아무리 심한 중독자라곤 해도 현실에서 깨어 있는 시간이 있었기에
섬에 없을 때가 많았는데, 그걸 못 견뎌하기 시작한 거야.

처음에는 이해할 수 없었어.
스카이블루에서는 나 없이 혼자 숨어서 열악하게 살았는데도 그런 증세 따위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다른 곳에 원인이 있나 생각해 봤지만 짚이는 것도 없었고.
그 때의 나는 하루 10시간에서 12시간 정도를 잤어.
섬에 없는 때가 길면 7~8일, 짧으면 3~4일 정도.

정호연은 나에게 "일주일이 넘도록 없어서 불안하다"고 했었지만
실제로 그가 느낀 나의 공백은 2~3주에 가까웠겠지.

나는 어떻게든 그를 원래대로 돌리고 싶었어.
그래서 현실에 있을 때면 이야깃거리를 많이 끌어모았지.
관심도 없었던 영화나 연예게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학교 소식도 귀담아 듣기 시작했어.
그리고 내가 없을 동안 미치도록 외로웠을 그에게 최대한 재밌게 이야기를 해주었어.
그것 말고도 최대한 말을 많이 했고.

그래도 그는 나아지지 않았어.
내가 깨어날 시간이 될 때마다 그는 나를 몸이 바스러지게 끌어안았어.
그런다고 잠이 깨지 않는 건 아니지만 다시 섬에 갔을 때 그는 항상 울거나 좌절하고 있었어.

그가 했던 말 중 하나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
1초 전까지만 해도 따뜻하게 꽉 차있던 품이 갑자기 비고
찬바람이 들어오면 정말 죽어버릴 정도로 슬프다고.그는 울면서 나한테 말했었어.

그렇게 싫어서 세상을 버렸는데 내 얘기를 듣다 보니 다시 그리워진다고.
그 지긋지긋했던 곳이 그리워지는 기분은 이루 말로 할 수 없이 끔찍하다고.
이해는 했지만 결코 동감은 할 수 없는 이야기였고 나는 거기서 거대한 벽을 느꼈어

나는 꿈 밖에서의 정호연은 전혀 몰랐어.그쪽도 내가 말을 먼저 하기 전엔 몰랐고
꿈에 들어오면 현실에 대한 생각이 잘 떠오르지 않기 때문에 현실의 얘기를 어떻게든 떠올려서 하는 건 굉장한 곤욕이었어 근데 그 결과가 이렇게 돌아온 걸 보니 나도 정말 미칠 것 같았어

정호연은 섬에 있을 땐 이제 한시도 내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어
내가 잠시 혼자 산책을 한다거나, 잠깐 물을 떠오는 것조차
용납하지 못했어. 사라질 것 같다면서.

같이 있을 땐 너무나도 좋고 친절한, 변함없는 정호연이었지만
조금이라도 그의 눈에 안 보이면 돌변해서 나에게 화를 냈어.
그가 변해가는걸 나는 매일매일 실시간으로 보아야 했고.

솔직히 짜증나고 화도 났고 괴로웠고
내가 왜 이래야 하는 생각이 안 든 건 아니었어 그렇지만 그 모든 것보다도 슬픈 감정이 더 컸다.
너무 안쓰럽고, 너무 슬프고, 너무 애잔하고. 가슴 속에 악의라고는 먼지만큼도 없는데
그가 수없이 입었을 상처를 내 두 눈으로 보고 내 두 귀로 듣고 내 두 팔로 끌어안는 기분이란.

그런데도 치유되지 않고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걸 온몸으로 체감하는
느낌은 정말 지금 와서도.. 한 마디로 뭐라 표현할 수가 없다.

안타까워 미쳐버릴 거 같은 날이 계속 지나고 있었어. 나도 최대한 그의 곁에 있어 주고 싶어서
휴일이 되면 거의 하루종일 잠만 잤다. 그는 내 건강에 대해 걱정하면서도 매우 좋아했어

나는 이게 최선일까? 하고 매일매일 고민했지.
진지하게 나도 갇힌 자가 되기 위해 시도해 볼까.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인터넷으로 자살하는 방법이라던가 이딴거나 치고 있었고..
현실에서 누군가 날 도와주지 않을까 해서 인터넷 지인들한테 비슷하게 얘기를 꺼내 봤지만
별로 도움은 되지 않았고 오히려 중2병 취급을 받았어 그러는 동안에 가을이 되어갔고
정호연은 점점 증세가 심해져서 심지어는 자해를 하기 시작했어

처음 알아차린 것은 10월 초였던 것 같아.
새들이 놀라서 푸드덕대고 있었고, 그 한가운데에서 정호연이
끝이 뾰족한 돌로 자기 팔을 긁어대고 있었지 나는 정말 기절할 듯이 놀라서 그를 뜯어말렸어.

안정된 후에 정호연은 내게 말했어.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가 없는 시간을 버틸 수가 없다고
나는 해줄 수 있는 게 없었어. 그저 그를 끌어안았을 뿐.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문득 정말 문득 수면제를 보다가
한 생각이 떠올랐어 "수면"에 관한 생각이.

앞에서도 말했지만
섬에서는 "수면"의 개념이 없어. 낮밤은 있지만 계속 깨어 있지.
정호연이 내 공백을 버티기 힘들어했던 건 그 이유도 있었을 것 같아.

그래서 나는 생각했어. 진, 레이, 세이에게 부탁하는 걸.
정호연이 조금이라도 좋으니까 잠을 자게 해 달라고.
여태까지 신세를 진 걸 생각하면 정말 낯부끄러운 일이었지만 그때 나는 솔직히.. 매우 이기적이었어.
세 사람은 처음 안개꽃섬을 만든 이후로는 정말로 단 한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어.
나는 어떻게든 세 사람을 부르려고 애를 써 봤어 간원의 힘을 있는 대로 끌어올려서 파도를 일으켰지만
안개의 벽에 부딪치자마자 스러져 버렸고 소리를 아무리 질러도 그 밖으로는 나가지 않았어

당연하지만, 헤엄을 쳐서도 나갈 수 없었고
이럴 거면 이탈 시도를 하지 말라는 따위의 말은 왜 했는지 원망스러웠다.
정호연도 내 설명을 듣고는 수긍했어.
잠을 잘 수 있다면 한결 낫겠지, 하고.

하지만 세 사람은 우리가 무슨 짓을 해도 나타나지 않았어.
그렇게 한 사나흘쯤 지났던가. 꿈에 진입했는데 정호연이 보이질 않았어.
불안한 느낌에 미친 듯이 섬을 뒤지던 나는 뭔가에 홀린 듯이 안개꽃나무가 있는 중앙으로 갔어.
거기에 정호연이 쓰러져 있었고 그토록 불러도 오지 않았던 세 사람도 있었다.

대체 무슨 짓을 했던 것인지
그 커다란 안개꽃나무는 깔끔하게 베여서 뒤로 넘어가 있었어.
복잡한 감정에 말을 못 꺼내고 있는데 세 사람이 쓰게 웃었지.

그 표정을 보고 난 짐작할 수 있었어.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구나 하고.

정호연은 기절해 있었는데, 손이 다 까져 있었다 어찌 할 바 없이 그 손만 만지면서, 나는 말했어
섬의 갇힌 자들이 수면을 하게 하는 방법은 없냐고.

하지만 세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어.
기절시키는 게, 정신을 잃는다는 면에서는 수면과 가장 흡사하다고 한 잔인안 대답만 남았지.

진은 그거 말고는 나에게 할 말이 없느냐고 했어.
그저 계속, 고장난 기계마냥 정말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냉정했어. 절대 없다고.

난 그 자리에서 울고 말았어 정말 온갖 설움이며 슬픔이한꺼번에 폭발해서 펑펑 울었지.
그러자 세이가 맘이 약해졌는지 나한테 대안을 제시했어
수면은 불가능하지만, 정신을 잃게는 할 수 있으니까
자기가 이 섬에 남아서 내가 나갈 때마다 정호연을 가사상태로만들어 놓는 건 어떻겠느냐고.

그것 말고는 더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서 나는 일단 허락했어.
그런데 진과 레이가 세이를 극렬하게 말렸어 뭔가 많은 말이 오갔던 것 같지만
가장 기억나는 말이 하나 있어. "이런 식의 해결책으로는 진짜 낙원이 될 수 없어"였어.

하지만 세이가 워낙 고집을 부렸기 때문에..
결국 진과 레이만 돌아갔어. 진은 쓸데없는 짓 하지 말라고 세이한테 경고 비슷한 걸 남겼고.

나와 세이는 정호연이 깨어나길 기다렸다가 아까 했던 말을 전했어.
그가 반대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했는데, 의외로 너무나도 순순하게 그러자고 했어.

그래서 호연은 내가 나갈 때마다 세이의 손에 의해 기절했지.
입맛이 썼지만 그래도 예전에 비해 그의 증상이 많이 나아지는 것 같아서 그걸로 위안삼았지.

세이는 한동안 아무 말도 없이 자기가 맡은 일을 묵묵히 했어.
내가 정호연과 있을 때 세이는 혼자서 섬 주변을 돌아다니거나 집 안에 있었어. 우릴 배려한 거였겠지.
정호연은 점점 안정되어가서 예전의 모습을 다 되찾은 것처럼 보였어

그때쯤 해서 세이가 말을 꺼냈지 바깥 상황은 아수라장일 거라고.
예상 못한건 아니였지만 세이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에 놀라서
나는 진지하게 물어봤어. 어떻냐고.

세이는 뜬금없이 자신들은 원래 완벽한 낙원을 만들고 싶었다고 했어.
이번이 첫번째가 아니라고도 했고 솔직히 첫번째가 아니라는 말엔 정말 놀랐다.
나 이전에도 섬이 있었고 사람들이 있었다는 생각을 하니까 기분이 묘했지.
세이는 그런 나한테 예전 시도가 모두 실패였다고 했어.

난 물어봤지. 그럼 실패한 낙원은 어떻게 됐냐고.
세이가 답했어. 없애거나, 아니면 새로운 세상으로 남거나
둘 중 하나였다고. 이번에는 정말 성공할 것 같았대.
그런데 중독자가 발생하고 갇힌 자가 발생하고...
그런 와중에 가장 그 변화가 빨랐던 게 나였다고 했어.
어찌 보면 당연한 거였겠지. 내가 세 사람을 제외하고는 가장 먼저 스카이블루에 떨어졌으니까.

그래서 세 사람은 나에게 이목을 집중했고 내 부탁도 웬만해서는 들어줬던 거라고 했어.
나한테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이해는 갔는데, 조금은 서글펐어.
내 부탁을 들어줬던 이유에, 단순한 호의만이 아니라 계산적인 생각이 섞여있었으니까.

너무 안일했던 걸까 난 다시 물어봤었어.
그래서, 나한테서 해결책을 찾았느냐고.

세이는 모르겠다고 했어. 찾은 것 같다 싶으면 또 다른 문제가발생했기 때문에.
부정할 수가 없었기에 난 그저 어색하게 웃을 수밖에 없었지.

세이는 그 후로 다른 섬 이야기를 해주었어.
먼저, 스카이그린도 중독자가 무수히 생겨났다고 했어.
진이 임시방편으로 며칠이 지나면 강제로 추방해버리는 방법을 썼는데,
그렇게 하자 갇힌 자가 갑자기 급증해 버렸다고.
진은 너무 놀라서 추방을 그만두었다고 했지.

어쩔 수 없이 세 사람은 스카이그린을 '중독자들의 섬'으로 구분짓고
중독자라 판명된 사람들을 모두 스카이그린으로 옮겼다고 해.
아직 봉쇄는 하지 않았지만 상태가 심각해지면 봉쇄도 고려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해 주었어.
또, 미스틱에 남은 사람들 사이에 미묘한 분위기가 감돈다는 말도 했어.
난 그게 뭔지 잘 몰랐지. 세이도 잘 설명하지 못했고.
하지만 좋은 방향이 아니라는 것만은 알 수 있었어.

난 바깥 세상이 걱정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또 기뻤어.
계산적인 생각이 들어가 있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
특별 대우를 받는다는 걸 확인받은 셈이었으니까.

정호연의 증상도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었고
나는 서서히 다른 섬이 어찌되든 이곳만 괜찮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매우 이기적인 태도를 갖게 되었지.
나는 되도록이면 세 사람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눈치를 보고 최대한 소극적으로 살았어

그저, 다른 섬이라면 어떻게 되든 상관없고
우리가 있는 곳만이라도 이렇게 유지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세 사람은 그런 내 태도까지도 꿰뚫어 보고 있었는지
얼마 뒤에 나와 정호연한테 안개꽃섬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밤마다 기절시키는 건 원한다면 해주겠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 있을 때만이라는 조건을 붙이더라.
다른 사람이 눈치채면 안 되니까. 물론 나는 세 사람한테 이유를 물어봤어.
나한테 이런 식으로 특별 대접을 하는 걸
다른 사람이 알기라도 하는 날에는 완전히 끝장이 날 거라고 하더라.

그리고, 이미 스카이블루 주민들은 나와 정호연이 그곳에서 사라진 뒤 둘만이 특별한 곳에 있다는 사실을 한 치의 의심도 없이 믿고 있었다고 해. 더 이상 감추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던 거야.
그야 그렇겠지. 나는 스카이그린을 만들 당시 땅을 띄운 사람이었고, 최초의 세 사람을 제외하곤 가장 먼저 이곳에 왔으니까. 그냥 쫓겨났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겠지.

결국 나와 정호연은 안개꽃섬을 떠나 미스틱으로 몰래 들어왔다.
원래는 스카이그린으로 갈 예정이었지만 진한테 부탁해서 며칠 동안 둘러 보겠다는 허락을 받았지.
진은 나에게 혹시나 해결책이 생각난다면 알려달라고 말하면서 보내줬어.

오랜만에 온 미스틱은 얼핏 보기에는 처음과 다를 것이 없어 보였어.
그렇지만 사람들을 만나자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지.
사람들은 예전처럼 서로 가리지 않고 놀던 그 모습이 아니었어.

커플이야 그렇다치고,
몇 명 단위로 뭉쳐서 몰려다니며 다른 무리와는 절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몹시 이질적이었지.

미스틱의 주민들은 비교적 최근에 온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나와 정호연을 아예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대충 그런 사람이 있구나 하는 정도였어.

때문에 나와 정호연은 심한 경계의 눈빛을 받았어.
나와 정호연은 어쩔 수 없이 당분간 못 왔다가
오랜만에 왔다는 식으로 약간의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사람들은 경계심을 쉽게 풀지를 않더라고.

한참 뒤에 진에게서 겨우 얘기를 들을 수 있었어.
미스틱에서 갇힌 자 혹은 중독자가 된 사람들이 점차적으로 신경질적으로 변해가서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미스틱 사람들이 낯선 사람에 대해 경계심을 가진 것 같다고.
무리지어서 다니는 것에 대해서는...
중독자 사건이 빈번히 일어나자 미스틱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무리를 짓고
그 안에서 나오는 중독자를 빠르게 발견해서 진에게 알리는 형태가 성립되었다더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독자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었어.
내가 그곳에서 있던 불과 며칠 사이에 서너 명의 중독자를 보았으니까.

미스틱의 사람들은 미스틱의 환경과 주어진 조건을 즐기면서도 항상 불안해했어.
자기 무리 중에서 중독자가 나오지는 않을까, 혹은 자기 자신이 중독자가 되는 건 아닐까 하고.
그러면서도 굉장히 가식적이었다.

나와 정호연에게 앞에서는 웃으며 대하고
뒤에서는 중독자나 갇힌 자일 거라는 이야기를 하며 욕을 해댔지 맞는 말이었지만 속은 쓰렸어.

해결책? 솔직히 이런 상황은 나도 처음이었고,
너무 예상 밖으로 분위기가 심각해서 도무지 떠오르질 않았어.
현실에서도 그 문제를 생각했지만 답은커녕 실마리도 보이질 않았다.

하루는 너무 그 문제만 고민한 나머지
학교에서 졸다가 갑자기 신경질적으로 비명을 지르면서 깨어나기도 했어 물론 미친년 취급 받았고....

이 꿈 중독이 무서웠던 건.. 현실의 그 어떤 문제도 꿈의 문제보다 우선되지 못한다는 거야.
현실에서 누가 나를 뭐라고 욕하든 내 스펙이 어떻든 전혀 신경을 쓰지 않게 되니까..
하루 종일 미스틱의 문제를 어떻게 할 지만 생각했어.

학교에서 내 평판은 진짜 밑바닥이었어.
때문에 조언을 구할 사람도 없었고.. 하지만 나 혼자서는 도무지 해결책이 생각나질 않았고...
정호연도 나름 여러모로 사람들을 관찰하며 궁리하고 있었지만..
당췌 길이 보이질 않는 상황이었어.

결국 스카이그린으로 갈 때쯤 해서
나는 답답한 마음에 이리 저리 인터넷 카페를 정처없이 돌아다니기 시작했어.

현실에서 어떻게 얼굴 마주 보고 이런 얘기를 하겠어..
처음엔 별 기대 없었다. 그냥 헛소리로 치부해도 좋으니까 누구한테 털어놓고 싶었어.

익명 상담센터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지만 뭐랄까, 사람이랑 대화한다는 느낌이 별로 없었어.
채팅으로 상담자랑 대화하는 서비스가 있는 곳에 가서 상담을 해보긴 했는데
저쪽에서 나를 정신병자 취급하는 게 확연히 느껴져서 중간에 그냥 나와버렸어.

그냥 헛소리로 생각해도 괜찮은데,
다 좋은데 대놓고 '어쩌다 나한테 정신병자가 걸려서 아오 ㅡㅡ'... 같은 그런 느낌이
모니터 너머로 느껴지는 건 참을 수가 없었어.

내가 너무 과민했던 것일지도 모르지만... 당시에 느꼈던 상실감은 진짜 컸다.
그냥 조금이라도 진지하게 들어줄 사람이 필요했어. 그러기 위해선 익명성은 필수였고..

그러다가 우연하게 카페 하나를 들어가게 됐어.
별다른 건 없고 그냥 평범한 소설카페 중 하나였어. 인증이 될지도 모르니 자세한 건 언급하지 않을게.
거기서 나는 C라는 사람을 만났어. C는 나보다 나이가 많은 여자였는데
평소에 오컬트나 자각몽에 관심이 많은 면모를 보였거든.
난 카페를 돌아다니다가 그 사람이 쓴 글들을 우연히 봤고
이런 사람이라면 내 말을 조금쯤은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을까
적어도 미친 사람 취급을 대놓고 하진 않을 것 같은데... 라는 생각에
C한테 의도적으로 가까이 접근해서 친밀하게 굴었어.

C는 평소에 좀 잘 노는.. 이라고 해야 하나?
채팅방도 활발하고 사진도 자주 올리고 그런 사람이어서 나한테도 금방 친근하게 굴었어
뭐라고 해야될지, 카페 마당발이라고 해야 될지, 그런 이미지인지라.
내게 좀 더 여유가 있었다면 몇 달 시간을 두고 얘기를 천천히 꺼냈을 텐데
당시 나한테는 그런 여유따윈 없었고..
2주? 정도밖에 안 지난 시점에서 다짜고짜 1:1을 걸었지.
물론 C는 ???하면서 레주야 웬 1:1이야?? 하는 반응이었고..
난 최대한 진지하게.. 현실에서 일어났던 일은 최대한 배제하고
이러한 꿈을 계속 꾸는데 이런 상황이라서 괴롭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라는 식으로 말을 했어

솔직히 말하면서 좀 무섭긴 했는데 후련한 게 더 컸다.
C는 내 얘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줬어
얘기 듣다 말고 화내면서 나가버릴까봐 조마조마했는데
C가 얘기를 다 듣고 나서 제일 처음 한 말은 딱 한 마디였다 "그래봤자 꿈이잖아" 이거.
결국 거기서 뭘 하든 현실의 나는 죽지도 않고 다치지도 않으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걸 하라는 그런 답을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말이 쉽지.... 상식적으로 꿈에서 자기가 꿈이라는 걸 자각하면
모든 것을 자기의 상상대로 할 수 있지만 이건 그게 안 되니까 그것까지 나는 C에게 말했다.
C는 이리저리 헷갈리긴 했지만 아마도 내 꿈 이야기를 가상현실이랑 비슷한 얼개로 받아들인 것 같았어.
다행스럽게도 꽤 재밌어하는 반응을 보이더라. 역시 취향이 그쪽이라 그런지...

C는 나한테 미스틱이 그렇다면 스카이그린의 분위기도 먼저 알려달라고 했어.
스카이그린으로 간 지 2주 정도 지났기는 했지만
미스틱에서의 분위기에 너무 지친 나머지 외곽에서만 쉬고 있던 탓에
나와 정호연은 당시 스카이그린의 분위기를 잘 파악하고 있지는 못했어.

나는 그러겠다고 답했고, 곧 스카이그린에서 정호연에게 현실에서 있던 일을 털어놓으며 힘내서 돌아다녀 보자고 했지.하.. 스카이그린의 분위기는 미스틱보다 한결 살벌했다.
미스틱은 적어도 겉으로는 웃고 친절하게 대했지 여긴 대놓고 사납게 폭언을 퍼붓고 난동을 피웠거든.

아마 대부분이 중독자라서 자기 제어가 잘 안 된 탓에 그런 거겠지만...
스카이그린의 중독자들은 하나같이 미쳐 있었어.
어떻게 보면 오히려 전에 봤던 스카이블루 사람들이 정상인으로 비춰질 정도였다.

스카이그린의 사람들은 서로 두 개의 세력?으로 나뉘어서 대립하고 있는 구도였어.
한쪽은 좀 지양해서 미스틱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그게 잘 되지 않는 부류.
다른 쪽은 갇힌 자가 되고 싶지만 자살할 때의 고통과 실패했을 때의 댓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부류. 아예 섬 양쪽으로 마을까지 갈라놓고 하루가 멀다하고 싸우고 있었다.

하지만 나와 정호연의 입장에서는 한없이 동질감이 들면서도
또한 한없이 미친놈들처럼 보였어. 그 미묘한 기분이란...
결국 두쪽 다 자기가 원하는 곳으로 못 가서 미쳐버린 사람들이니.

그러다가 미스틱으로의 귀환을 원하는 사람들 쪽에서 갇힌자가 나왔어
나와 정호연은 물론이고 양 쪽 사람들도 크게 당황했지.
미스틱으로의 귀환을 원하는 사람들 쪽에서 갇힌 자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거든.

물론 섬은 난리가 났어.나와 정호연은 사람들과 레이에게 부탁해서 갇힌 자를 만나볼 수 있었어.
솔직히 누군지 궁금했고,
평소에 미스틱 쪽 귀환을 원했는데 갇힌 자가 됐다는 건 뭔가 앞뒤가 안 맞는다고 생각해서였지.

갇힌 자는 서씨 성을 가진 나이든 여자였어.
물어보니, 원래는 자제해서 미스틱 섬으로 가고 싶었는데 날이 갈수록 자기 제어가 불가능해졌다고,
그래서 결국 갇힌 자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는 식으로 말하더라.

한숨밖에 안 나왔어. 어리석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렇다고 이미 죽은 사람이 살아날 순 없었으니 말을 삼갔지
어쨌든 갇힌 자는 스카이블루로 가야만 했어.

진은 예정대로 스카이블루로 여자를 보내려고 날을 잡았고,
레이와 세이는 혹시 숨어 있는 갇힌 자가 더 있지 않나 하고 섬을 샅샅이 뒤졌어.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여자 이외에는 없었어.

진이 그 여자를 보내려는 걸 어떻게 알았는지 수많은 사람들이 진이 있는 해안가로 구경을 나왔어.
그리고 진과 여자가 모습을 드러내자 분위기가 심각하게 변질되기 시작했지.
미스틱으로의 귀환을 원하는 사람들은 좀 불안해할 뿐 크게 문제는 없었는데

스카이블루로 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문제였어.
그들은 여자와 귀환파 사람들을 향해 온갖 쌍욕을 퍼부었고...
마침내 무력으로 시비를 거는 경우도 생겨났어.
우리가 어떻게든 사람들을 통제하려고 했는데 역부족이었지.
섬에 온 뒤로 그런 광경은 처음이었어. 자세한 것까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그 사람들은 자기들도 가지 못하는 섬에
반대파 여자가 간다는 것에 대해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했던 것 같아.
그렇게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데 진이 갑자기 벼락같이 화를 냈어.

그렇게 가고 싶으면 가 보라고 그 사람들이 너희를 반겨줄 것 같냐고.
그렇게 엄청 크게 소리지르면서 화를 내는 바람에 사람들이 일거에 조용해졌지.

그리고 진은 우리 모두가 보는 앞에서 스카이블루를 감싸고 있던 회오리를 없앴어.
탁한 바람이 사라지고, 천천히 스카이블루의 모습이 드러났어.

멀리서 보기에는 예전과 전혀 다를 것이 없어 보였지.
사람들은 설마하니 일이 진짜 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지 한동안 멍하니 있었던 걸로 기억해.

진이 여자를 바람으로 날려보내고 나서야 움직이기 시작했지.
하나같이 뭐라 말을 걸 사이도 없이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치기 시작했어.
나와 정호연은 뒤늦게서야 정신을 차리고 진을 향해 이게 무슨 짓이냐고 했어.

그렇지만 진은 아예 입을 다물어 버렸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는 레이와 세이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어.

우리 둘은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정호연은 남은 사람들을 돌보고
나는 스카이블루로 향하기로 했어. 정호연은 아무래도 스카이블루에서 좋지 않은 일이 많은 탓에
가기를 꺼려하더라고.

스카이블루에 가장 처음 도착해서 느낀 것은그 립다.. 라는 감정.
곧 예전에 보았던 하씨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이 몰려나와서 나와 스카이그린 사람들을 마주했지.
스카이블루 사람들은 분명 나를 알아봤을 텐데도 불구하고 모르는 척을 하더라고.
그리고 다음 스카이그린 사람들을 보고 하씨가 한 말에 나는 내 귀를 의심했어.
유령들이 침입했다고. 쫓아내라고. 죽이는 한이 있어도 쫓아내라고. 이게 무슨 소린지.

판단할 시간은 많이 없었어.
스카이블루 사람들은 지체하지 않고 스카이그린 사람들을 향해 공격했어.
비단 능력뿐만이 아니라 원시적인 무기를 들고 덤벼들기도 꺼리지 않았지.

난 혼란스러웠어.
스카이그린 사람들은 아무리 죽여도 다음날이면 다시 오는데 이게 무슨 짓일까 하고.
그때 하씨가 나한테 접근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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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스레내에서 분란이 생겨 더이상 스레주는 돌아오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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